< 지란지교를 꿈꾸며..> _유안진
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차 한잔을 마시고 싶다고
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
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
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
비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도 고무신을 끌고가도 좋을친구
밤 늦도록 공허한 마음을 마음놓고 열어볼 수 있고
악의없이 남의 이야기를 주고 받고나서도
말이 날까 걱정하지 않을 친구가..
...
그는 반드시 잘생길 필요도 없고 수수하며
멋을 알고 중후한 몸가짐을 할 수 있으면 된다.
...
우리는 눈물을 사랑하되 헤프지 않게, 가지는 멋보다 풍기는 멋을 사랑하며,
냉면을 먹을때는 농부처럼 먹을 줄 알며, 스테이크를 자를 때는 여왕처럼 품위있게
군밤은 아이처럼 까먹고, 차를 마실 때는 백작보다 우아해지리라
...
내가 길을 가다가 한 묶음의 꽃을 사서 그에게 안겨줘도
그는 날 주책이라고 나무라지 않으며 건널목이 아닌데도 찻길을 건너도
나의 교양을 비웃지 않을게다
나 또한 더러 그의 눈에 눈꼽이 끼더라도, 이 사이에 고추가루가 끼었다고 해도
그의 숙녀됨이나 그의 신사다움을 의심치 않으며
오히려 인간적인 유유함을 느끼게 될게다
...
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
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
맑고 높은 향기를 다시 만나지리다